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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뫼르스 - 꿈꾸는 책들의 도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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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뫼르스 - 꿈꾸는 책들의 도시

grey* 2015. 12. 1. 09:30

발터 뫼르스, 두행숙 옮김, 들녘, 2011

2015. 11. 20 완독



전자책 카페에서 꼭 종이책으로 읽으라는 추천글이 올라와서 처음으로 조원도서관에 들러 대출했다. 첫 인상은 엄청난 두께와 무게로 위압감이 들었는데 기죽지 않고 읽다보니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공룡들의 도시인 '부름린트 요새'에 살고 있는 미텐메츠는 단첼로트 대부의 유산을 정리하다, 미상의 천재 작가의 습작을 읽고 감명을 받아 그를 찾기 위해 책들의 도시인 '부흐하임'으로 향한다. 여러 노력을 거쳐 문자 연구가이자 책 사냥꾼 레겐샤인의 지인이라고 하는 스마이크에게 필적 감정 의뢰를 한다. 하지만 스마이크의 본 모습은 도시의 실세이자 악의 축이었고, 미텐메츠는 함정에 빠져 위험천만한 지하세계로 추방된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다가 부흐림 족과 그림자 제왕의 도움을 받아서 작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무사히 도시로 돌아간다는 줄거리의 판타지 소설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일어나는 모험 이야기이자 책과 독서에 대한 모든 주제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책을 쓰는 것, 읽는 것, 좋은 책과 나쁜 책을 구분하는 것, 책을 훔치고 판매하는 것, 비평하고 음미하는 것 등등... 독자의 입장으로서 독서가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무시무시하다는 일종의 경고이자 그만큼 값진 행위로 느껴졌다.


처음에는 왜 장황하게 책 이야기를 할까,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읽다 보면 후반부의 내용이 전반부와 꼼꼼히 연결되고, 작가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재미를 더한다. 주인공이나 여러 등장인물들, 꿈꾸는 책들을 설명을 통해 상상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는 게 더 생생하고, 선 하나하나의 노고가 느껴져 단순히 소설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 같다는 느낌까지 든다. 아마 전자책으로 읽었다면 재미가 덜했을 것 같다.


올해 말까지는 읽을 책이 있어서 힘들 것 같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꿈꾸는 책들의 미로>와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까지 도전해봐야겠다.



밑줄 긋기

p418
“이따금 나는 우리가 정말 문학을 먹고 사는 유일한 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피드는 입을 비죽거리며 웃었다.
“우리 외에 다른 생물들은 모두 책을 갖고 일할 뿐입니다. 그들은 책을 써야 하고, 원고를 심사하고, 편집하고, 인쇄해야 합니다. 판매, 덤핑, 연구, 평론쓰기, 그런 것은 모두 일, 일, 일입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것들을 그냥 읽기만 하면 됩니다. 탐독하면서 즐기는 거지요. 책을 주워 삼키는 일, 그거야말로 정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면서 그걸로 배도 부를 수 있고요. 나는 어떤 작가와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팔자가 좋은 거지요.”


p660
나는 그런 식으로 독서를 하면서 전보다 훨씬 더 집중적인 삶을 살았다. 나는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긴장을 참고 겪었으며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하는 공포, 사랑의 슬픔, 이별의 고통 그리고 죽음의 두려움도 겪었다. 절대적인 행복과 승리에 찬 기쁨의 순간들도 있었고, 낭만적인 희열과 히스테릭한 감격의 순간들도 있었다.


p678
“그냥 계속 기어 올라가는 거다. 마치 소설을 쓸 때처럼, 처음에 아주 비약적으로 한 장면을 쓰는 일은 매우 쉽다. 그러다가 언젠가 네가 피곤해져서 뒤를 돌아보면 아직 겨우 절반밖에는 쓰지 못한 것을 알게 된다. 앞을 바라보면 아직도 절반이 남아 있는 것이 보인다. 그때 만약 용기를 잃으면 너는 실패하고 만다. 무슨 일을 시작하기는 쉽다. 그러나 그 일을 끝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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